마음의 속임수

등록일: 2014. 11. 20

마음을 움직이는 심리학: 심리학자가 알려주는 설득과 동기유발의 140가지 전략

  • 수잔 M. 와인생크 지음
  • 박선령 옮김
  • 272쪽
  • 15,000원
  • 2013년 08월 21일

여러분도 그림 8.1과 같은 착시 현상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림 8.1 | 뮬러-라이어(Muller-Lyer) 착시

위쪽 선이 아래쪽 선보다 짧아 보이지만 사실 두 선의 길이는 같다. 우리가 이런 착시 현상에 속아 넘어가는 것처럼 인지 오류에 걸려들 가능성도 있다. 우리의 뇌는 진실이 아닌 것을 진실로 여기도록 우리를 속일 수 있다. 이런 ’마음의 속임수’를 이해하면 사람들의 사고방식, 혹은 생각도 하지 않고 무의식적으로 반응하는 방식을 깨닫게 된다. 이런 자동화된 사고 패턴을 이용해 남을 설득할 수 있다.

그림 8.2를 보자.

그림 8.2 | 무엇이 보이는가?

여러분 눈에는 무엇이 보이는가? 슬픈 표정을 짓고 있는 어린 소년의 사진이 보인다고 재빨리 대답할 수도 있다. 사실 이 대답은 사고 과정을 거치지 않고 나온 것이다.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은 『생각에 관한 생각Thinking, Fast and Slow김영사 2012이라는 책에서 뇌의 두 가지 다른 사고 체계를 설명한다. 그는 이것을 시스템 1 사고와 시스템 2 사고, 혹은 ’자동’ 사고와 ‘의도적’ 사고라고 부른다. 사진을 해석하는 것은 시스템 1 사고의 전형이다. 신속하고 직관적이며 자동적이다. 앞에서 대부분의 인지 처리는 무의식중에 일어난다고 얘기했었다. 카너먼이 시스템 1 사고라고 표현한 일들도 대부분 무의식중에 진행된다.

이제 다음 수학 문제를 보면서 종이와 펜을 사용하지 않고 암산만으로 답을 얻을 수 있는지 알아보자. 책 읽는 것을 잠시 멈추고 최소 30초 이상 암산으로 답을 계산해야 한다.

18 × 26 = ?

다들 열심히 노력했겠지만 이 계산을 제대로 끝내지 못했을 것이 분명하다. 아마 중간에 포기했을 것이다. 이것이 시스템 2 사고의 본보기다. 보다시피 어렵고 노력이 필요하다. 의식적인 사고와 노력을 요한다. 카너먼은 우리가 시스템 2 작업을 수행하려고 노력하는 동안 동공이 팽창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연구를 소개했다. 사람들 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들이 시스템 2 사고에 빠져 있는지 알 수 있는 것이다.

문제를 하나만 더 풀어보자. 이번에는 문장 형식의 문제다.

야구 배트와 공의 가격을 합하면 1달러 10센트다. 배트는 공보다 1달러 더 비싸다. 그렇다면 공의 가격은 얼마인가?

여러분은 이 문제에 어떻게 답했는가? 이 문제는 셰인 프레드릭Shane Frederick이 개발한 ’인지 반응 테스트Cognitive Reflection Test’에 나오는 여러 개의 문제 가운데 하나다Frederick 2005. 여러분은 이 문제가 시스템 2 사고를 자극하리라고 생각할 것이다. 어쨌든 수학 문제니까 말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처음에는 공 가격이 10센트라고 대답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오답이다. 답은 5센트다.공 가격이 5센트라면 배트는 그보다 1달러 비싸니까 1달러 5센트다. 1달러 5센트에 5센트를 더하면 총액이 1달러 10센트가 나온다.

대개의 경우 시스템 1 사고가 먼저 튀어나와 모든 질문에 답하고 모든 문제를 풀고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에 반응하려고 한다. 야구 배트와 공에 관한 문제를 보면 시스템 1이 직관적으로 5센트라는 답을 내놓고, 그러면 우리는 답을 다 풀었다고 생각한다. 시스템 2는 끼어들 틈도 없다.

게으른 뇌

거의 언제나 시스템 1이 시스템 2를 이긴다. 기본적으로 우리의 뇌는 게으르다. 그래서 열심히 일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생물학과 진화의 관점에서 보자면, 곰곰이 생각하는 데는 다량의 포도당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러자면 나가서 식량을 찾아와야 한다. 이때 어디 가서 식량을 찾아야 하는지 고민하느라 사자가 자기 쪽으로 다가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할 수도 있다. 대개의 경우 우리 뇌는 쉽고 자동적인 시스템 1 답안을 채택한다. 시스템 1 답에 의지하는 것이 편하고 더 안전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시스템 1직관적이고 빠른 두뇌 과정이 대부분의 결정을 내리고 ’최선의 추측’을 내놓게 하는 쪽으로 진화해왔다. 부지런하고 냉정하게 사고하는 시스템 2도 시스템 1이 떠올린 답을 따르는 경우가 많다. 시스템 2가 시스템 1을 넘어서게 하는 일은 정말 힘들다. 본 장 첫 부분에서 본 뮬러-라이어 선을 다시 한 번 살펴보자그림 8.3.

그림 8.3 | 뮬러-라이어 착시

이제 여러분은 이 두 선의 길이가 같다는 사실을 안다. 실제로 자를 가져와서 두 선의 길이가 같은지 직접 확인해 봐도 좋다. 하지만 이런 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이 선들을 아무리 여러 번 들여다봐도, 또 여러분이 내 말을 믿거나 자를 가져와서 직접 확인해 봐도, 여전히 한 선이 다른 선보다 길어 보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시스템 2 사고가 두 선은 길이가 같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한쪽이 다른 쪽보다 길어 보이는 이유를 설명해도, 시스템 1 사고는 여전히 한 선이 다른 선보다 길다고 생각하면서 그 메시지를 시스템 2로 전송한다.

그런데 이것이 사람들을 설득하는 일과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일까?

평소에는 시스템 1 사고를 믿고 의지해도 괜찮다. 우리의 생명을 지켜주고, 뇌에 도달하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게 해주며, 세상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때로는 이 시스템 1 사고가 충분한 숙고 과정 없이 재빨리 결정을 내려버리는 경우가 있다. 우리는 이런 경향을 이용해 신속하고 즉각적인 결정을 내려서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다.

시스템 1과 시스템 2 사고의 차이를 제대로 알면, a) 시스템 1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요청/과업/논쟁을 수행해서 신속한 “OK!” 반응을 얻을 가능성을 크게 높이고, b) 결정을 내리거나 행동을 취하기 전에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매우 구체적인 방법 몇 가지를 이용해 시스템 2를 일깨울 수 있다.

사람들을 설득하려면 둘 중 어떤 시스템을 활성화시킬지 정한 뒤 이를 활성화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스템 1이 또 승기를 잡을 것이다.

88번째 전략: 사람들이 신속한 결정을 내리게 하고 싶다면 사고 과정을 간단하게 만들어야 한다.

89번째 전략: 사람들이 심사숙고하게 하고 싶다면 사고 과정을 좀 더 어렵게 만들어야 한다.